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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왜 진화하는가? 사회적 억압이 만들어낸 괴물

  • kava2016
  • 2월 22일
  • 5분 분량

[이희엽 칼럼 05]

디지털 성범죄는 점점 더 정교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불법 촬영과 유포가 주된 문제였다면, 이제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조작 영상, N번방과 같은 조직적인 성착취, 폐쇄된 다크웹 네트워크를 이용한 유포 및 거래 등 범죄 수법이 더욱 다양하고 정밀해지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과 인터넷의 확산은 정보 공유의 자유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범죄자들에게도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여 범죄를 더욱 쉽게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 문제를 단순히 처벌 강화나 기술적 규제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은 채 또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왜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해서 진화하는가?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법·제도, 그리고 기술 발전이 맞물린 복합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배경과 심리적 요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디지털 성범죄가 왜 진화하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1. 끝없는 수집 욕구와 ‘소유의 문화’

디지털 성범죄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소유’와 ‘통제’입니다. 단순한 성적 욕구를 넘어, 누군가의 사적인 영상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것이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N번방 사건의 가해자들은 단순히 성적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조종하고 통제하며,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법 촬영물을 서로 교환하는 행태가 만연한데, 이 역시 단순한 성적 욕구 충족을 넘어서서 자신이 특별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권력과 소유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2. 익명성이 주는 면죄부와 법의 허점

온라인 공간에서는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범죄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반응을 직접 마주해야 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실감하지 못한 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도덕적 책임감이 희석되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법적 대응 속도는 디지털 성범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신고를 하더라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피해자 보호보다 가해자의 법적 공방이 길어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따라서, 디지털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악용되지 않도록 법적·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의 신속한 보호 조치는 필수적이며, 단순히 법을 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집행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3. 억압된 성문화와 그로 인한 부작용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성적 콘텐츠는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에 대한 건강한 논의나 교육은 부족한 반면, 인터넷과 미디어에서는 성적 이미지가 상품화되고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억압과 과소비가 공존하는 환경에서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인 해소 방식이 퍼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성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부 사람들은 합의된 성적 관계가 아닌, 왜곡된 방식으로 성을 소비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특히, 성적 욕구를 터놓고 논의하거나 올바르게 해소할 방법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이를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디지털 성범죄 같은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성문화가 건강하게 정착되려면, 올바른 성교육, 합의된 관계에 대한 인식 개선,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성범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억압된 성문화가 문제의 전부는 아닙니다. 경제적 여건 또한 성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디지털 성범죄를 조장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 요인과 왜곡된 성 해소 방식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제적 안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일부 계층에서는 성적 욕구를 건전한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1) 사회적·경제적 불안정이 성적 일탈을 부추긴다

청년층은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연애나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연애·결혼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지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성적 욕구를 왜곡된 방식으로 충족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2) 온라인에서의 왜곡된 성적 대리 만족 현상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정상적인 연애와 사회적 관계 형성이 어려운 일부 사람들은 불법 촬영물 및 성적 착취 콘텐츠를 대체재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불안정이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을 부추기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 디지털 성범죄 시장의 경제 논리

불법 촬영물, 딥페이크 영상, 성착취물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거대한 불법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일부 웹사이트, 다크웹, 폐쇄형 커뮤니티에서는 유료 회원제와 결합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며, 이를 통해 범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범죄를 단순히 ‘도덕적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구조까지 고려한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4. 기술 발전이 범죄에 악용되는 현실

딥페이크 기술, 다크웹, 암호화된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은 원래 긍정적인 용도로 개발되었지만, 현재는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기반 영상 합성 기술을 이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을 포르노 영상에 삽입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피해자가 직접 촬영하지 않은 영상임에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이 발전하면 범죄도 따라간다’는 식의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기술 자체를 이용해 범죄를 막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KAVA의 AI 기술을 활용한 경찰 대응 시스템 개발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KAVA)는 경찰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AI 기반 척도 개발 및 사례 기반 데이터 구축을 통해 지원 방안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점점 정교한 기술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 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 경찰의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례 분석을 넘어 범죄 트렌드와 기술 발전 방향까지 고려한 예측 가능한 데이터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과거 수사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범죄 유형별 패턴, 유포 경로, 피해 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경찰과 공유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범죄심리학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디지털 성범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경찰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범죄 수법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기술 발전의 역기능과 왜곡된 성문화가 얽힌 사회 구조적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적·기술적 대응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양산을 막는 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피해자는 단순한 영상 속 인물이 아니라, 지속적인 2차 가해와 사회적 낙인 속에서 고통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 신고 및 법적·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영상 삭제 및 유포 차단 시스템을 마련하며, 전문적인 심리 지원 체계를 확충해야 합니다.

또한, 가해자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환경, 성을 상품화하는 미디어, 건강한 관계 형성이 어려운 사회적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깁니다. 단순한 처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성적 자기결정권과 동의(consent)를 강조하는 교육 확대, 건강한 성문화 조성, 사회적 불균형 해소 정책이 필요합니다.

우리 협회는 정부, 경찰, 기술 기업, 법조계 등과 협력하여 실질적인 예방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후 대응이 아닌, 범죄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예방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보다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우리 협회는 앞으로도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며 앞장서겠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막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이사장 이희엽

국회사무처소속 사단법인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KAVA) 이사장 이희엽
국회사무처소속 사단법인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KAVA) 이사장 이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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