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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아이들의 시대, 훈육과 학대의 경계에서

  • kava2016
  • 5일 전
  • 3분 분량

[이희엽 칼럼 13]



얼마 전 한 중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아이의 기사를 읽으며,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인구감소라는 엄중한 현실과 마주하며 ‘아이 한 명이 귀해지는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정작 그 소중한 아이들의 마음은 건강히 자라고 있을까요? 부모들은 아이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와 부모의 기대 속에서 정서적 외로움을 느끼고, 그 외로움이 깊은 우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단율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왔고,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자신을 이해해줄 어른 한 명’을 찾지 못해 마음속에서 길을 잃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정과 사회가 여전히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과도한 경쟁 강요, 정서적 방임 등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훈육과 학대의 경계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지킬 방법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최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아동과 청소년의 우울증 진료율은 해마다 증가해, 2019년 대비 2024년에는 약 42% 이상 상승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우울과 불안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가족구조의 변화, 지나친 경쟁 중심의 교육환경, 그리고 양육자의 양육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일찍부터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학업에 매몰되며, 부모와의 정서적 소통이나 휴식, 놀이 같은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오히려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집중되는 과도한 기대와 부모들의 심리적 부담이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모든 희망과 기대를 쏟아부으며, 사회는 더 좋은 대학, 더 나은 성적이라는 기준만으로 아이의 가치를 평가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마음은 쉽게 지쳐버리고, 존재감을 잃게 되며 결국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마음의 병으로 이어집니다.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정서적 상태를 충분히 살피지 않고, 일방적인 잔소리, 꾸중, 비난 등으로 아이들에게 심리적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서적 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이의 내면을 깊이 손상시키며, 자존감과 자기존중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아이들을 대할 때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된 정신적 스트레스와 학대를 명확히 구분하고, 아이의 심리적 건강을 보호하는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서적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훈육,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양육 태도의 확산이 필수적입니다. 부모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교육기관이 공동체적으로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시대, 우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더욱 소중히 돌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동의 정서적 건강을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체계를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오랜 기간 동안 아동을 주로 '양육'과 '교육'의 관점에서만 바라봤습니다. 이제는 정신건강과 정서적 보호라는 관점을 반드시 더해야만 합니다.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KAVA)는 현재 서울특별시 내에서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사회 안에서 아이들의 정신건강 증진과 심리적 보호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돌봄과 숙제를 지도하는 센터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정서적 지지와 공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서 기반 돌봄 프로그램' 및 '인공지능 스크리닝 시스템'인 '마음건강 검진서비스 조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KAVA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마음건강 검진 서비스는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전문 상담가와의 개별 상담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연계하여 아이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표현하지 못한 고민과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KAVA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건강하게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가정과 학교에서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첫째, 교육기관 내 '정서 중심의 심리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의무화하고, 전문가가 상주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아동 정서 이해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여, 훈육과 정서적 학대의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바람직한 소통 방식을 익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아동·청소년 심리상담 및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적 지원을 확대해 누구나 부담 없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의 공공 아동돌봄 시설이 단순히 아이들을 보호하는 장소를 넘어, 전문 상담과 정서 지원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복합적이고 체계적인 공간으로 재편성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들이 실현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대한민국'일 것입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책임지는 일은 더 이상 가정의 문제로 한정지을 수 없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 아이 한 명 한 명이 우리 모두의 소중한 미래이기에, 정부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의 마음을 돌보는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짊어져야 합니다.

우리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KAVA)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서울특별시 내 우리동네키움센터를 기반으로 정서적 돌봄과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아동과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호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을 향한 '진짜 훈육'은 사랑과 이해에 기반한 정서적 지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내면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교육이며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한 명의 아이를 돌보는 일은, 한 사람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며, 한 사회의 희망을 지키는 일입니다.


KAVA 이사장 이희엽
KAVA 이사장 이희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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